30대 직장인/슬기로운 직장생활

[#27] 주거 환경이 직장인에게 미치는 영향

킴책임 2024. 1. 20. 19:30


직장생활을 하면서 출근을 위해 아침마다 일어나는 일은 익숙하면서도 늘 힘든 일입니다. 특히 추운 겨울은 더욱 일어나기 힘들더라고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딱히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금세 11시, 12시가 되어있고, 아쉬운 마음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재밌는 영상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잠이 듭니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아침은 금방 밝아오죠. 예전에는 일어나야 하는 시간 30분 전에 알람을 맞춰놓고, 알람소리에 깨어나면 '아 30분이나 더 잘 수 있네?'라는 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다시 잠들기도 했었습니다.

층간소음을 겪기 전까지는요.

저는 결혼하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전세로 시작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였기에 어느 정도의 생활소음 정도는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사를 오고 난 후, 아침에 자의적으로 일어난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새벽부터 쿵쿵거리는 발망치와 청소기 소리로 눈을 뜨게 되었거든요. 개 짖는 소리는 당연했고요.
 
잠을 설치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에는 야식을 먹으며 늦게 자고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365일 새벽마다 들려오는 소음은 충분한 수면을 이룰 수 없게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본인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현관문 앞에 포스트잇도 붙여보았고,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시끄럽나요?' 윗집의 첫마디였어요. 그리고 변화는 없었습니다.
 
있는 돈을 다 끌어다가 윗집의 윗집으로 이사 가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기분을 위해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두통과 속 쓰림 등,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 같았습니다.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고, 피곤함에 점심시간에는 늘 쪽잠자기 바빴습니다. 무기력함과 짜증도 늘기 시작했고요.
 
두 번째 문제는 직장생활이었습니다. 야간작업이나 새벽작업이 있을 때 피곤함으로 인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머릿속 한 공간에는 집 문제에 대한 생각으로 스트레스가 생활화되었어요. 업무에 대한 성과나 자기 계발에 신경 쓰기 힘들었습니다.
 
어느 날은 베란다 창문 깨지는 소리가 들리길래 깜짝 놀라 확인해 보니, 윗집 사람이 베란다에서 아랫집 베란다 창문이 닿도록 무언가를 탈탈탈 털고 있더라고요.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집이, 이제는 들어가는 것도 싫고, 집에 머무는 시간조차 스트레스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표현하나요? 어느 날은 집 앞에 있는 CCTV를 확인해 보니 누군가 저희집 문 앞에 있는 택배의 송장을 계속 확인하더라고요. 누가 자기집 택배가 잘못 배달된건지 확인하는건가 했어요. 그런데 CCTV 기록을 확인해보니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한명이 지속적으로 그 행동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집에 누가 사는지 개인정보를 확인하려는 행동으로 보였어요. 경찰에 신고를 해야되나 고민했지만 큰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에 참았습니다.

문앞에 크게 경고장을 적어놨어요. 그러더니 안 오더라고요. 아마도 아파트 주민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아랫집에서 베란다 천장에 물이 샌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의 새시가 오래돼서 그렇다는 관리사무소직원의 뻔한 이야기에 집주인분께 이야기를 전달하고 새시를 교체했습니다. 새로운 샤시로 교체되서 기분이 좋았냐고요? 좋지 않았습니다. 공사로 인해 며칠동안 실리콘 냄새가 진동했고 며칠을 청소해도 공사먼지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샤시를 교체하고 얼마 후, 다시 물이 샌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와서 외벽에 어떤 물질을 조금 바르더라고요. 처음부터 오래된 아파트는 외벽에서 셀 수도 있다, 외벽도 확인해 보라고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관리사무소 직원은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었습니다. 그리고 베란다에 있는 화분 보더니, 화분에 물을 줄 때 그 물이 흐르면서 누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이 났습니다. 심지어 저희 집 베란다에는 수도가 없거든요. 분무기로 주는 물로 아랫집 누수를 일으킬 수 있다니, 그 정도면 베란다에 물 한 컵 엎지르면 아랫집은 물바다가 되는 걸까요?
 
관리사무소 직원도 머쓱했는지 이번에는 에어컨 실외기에서 흐르는 물이 배수구로 흐르면서 누수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배수구 쪽에도 어떤 물질을 조금 바르고는 철수하셨습니다. 번외로 비가 많이 왔던 여름에 일부 전기가 정전되어 관리사무소 직원을 부르니, 본인이 직접 전선을 자르고는 전문 업체에서 점검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철수하더라고요. 돈을 들여 전문 업체 직원분을 불렀고, 오셔서 하는 말이 습기 때문이라네요. 드라이기로 말리기만 하니까, 원상복구 되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왜 멀쩡한 전선을 자르고 간 건지.. 이 정도면 관리비가 아까워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희는 여름 내내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물을 바가지에 받으면서 두 시간에 한 번씩 물을 비우며 살았습니다. 화분도 전부 처분했고요. 그리고 다시 가을이 되고 다시 아랫집에 물이 샌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와서 하는 첫마디가, '새시에서 새는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참지 못하겠더라고요. 새시문제라고해서 샤시 바꿔줬고, 화분문제라고 해서 화분도 다 버렸고, 에어컨 실외기 물 때문이라고 해서 여름 내내 바가지로 물퍼나르며 살았는데, 이제는 다시 새시가 문제인 거냐며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거냐고 화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그 뒤로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회사일만으로도 벅차고 힘든데, 주거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으니까 힘들더라고요.
 
부모님 그늘 아래서 살 때는 주거에 대한 안정감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주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모든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모든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받았어요. 분명 제가 예민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거환경이 안정적이어야겠다는 생각을 이번 기회로 가슴 깊게 새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 다짐하게 된 부분은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 것 같습니다.

모든 직장인 분들 파이팅!